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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운조 홍법스님
* 작성자 : 해강
* 조회수 : 2855
* 작성일 : 2012-08-06 오후 4:57:29 		홍법스님과 지관스님.jpg


▲사진설명: 1970년대 초반 통도사 강원, 홍법스님(사진 왼쪽)과 지관스님(현 조계종 원로의원)의 다정한 모습.



① 홍법스님

“장작도 시주물” 겨울에도 아껴

월하스님 맏상좌로 언제나 미소


어느 추운 겨울밤 통도사의 한 요사채 앞이다. 부목(負木)으로 불리는 절에서 일하는 처사 한사람이 아궁이에 열심히 땔감을 넣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그는 “스님 방을 따뜻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개의 장작을 주섬주섬 집어넣었다. 그런데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지 않도록 장작을 넣는 것이 예사스럽지 않았다.

부목이 장작을 아궁이에 넣고 사라지자, 요사채의 문이 가만히 열렸다. 방에서 나온 한 젊은 스님이 아궁이에 들어 있는 장작을 도로 빼놓는 것 이 아닌가? 겨우 방의 찬 기운을 없앨 만큼의 1~2개 장작을 남긴 스님은 그제야 방으로 돌아갔다.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부목이 다시 와서 내어 놓은 장작을 또 다시 아궁이에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부목이 가고나자 다시 스님이 나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얼마 있으니 부목이 다시 장작을 넣고 간다. 스님과 부목의 이 같은 ‘보이지 않는 실랑이’는 겨울만 되면 되풀이되었다.

바로 이 스님이 홍법(弘法, 1930~1978)스님이다. 홍법은 법명이고, 법호는 운조(雲照)이다. 세속의 성은 진(秦)씨이고, 이름은 홍구(洪九)이다. 1969년부터 통도사 강원에서 후학들을 지도했다. “장작도 정재(淨財)이거늘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겨우 온기(溫氣)를 느낄 정도면 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장작을 땔 이유가 없다”는 것이 스님의 의중이다. 이에 질세라 부목도 스님의 건강을 염려하여 장작을 하나라도 더 넣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은사스님을 지켜보는 상좌들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했다. 상좌 정우스님은 “우리스님은 법체가 강건(剛健)하셨다”면서 “시주물을 아낀다면서 장작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았던 것이 결국은 건강을 해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홍법스님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약 하나 변변히 들지 않았다. 매서운 겨울밤 장작 하나에도 욕심을 내지 않았던 홍법스님의 일화는 물질과 재화에 집착하고 집착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경책을 주고도 남는다.

홍법스님이 불문에 든 것은 18세 되던 해였다. 스님 비문(碑文)에는 출가과정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남달리 총명하고 또한 사물을 보는 눈이 비범(非凡)하였다. 어려서 세속의 학문을 익히다가 17세에 가장 친한 친구가 병사(病死)함을 보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18세 되던 1948년 10월15일 부모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쾌(壯快)하게 출가하여 이 곳 통도사에 와서 월하대선사를 은사로 귀의하고 방한공(方漢空) 스님을 계사로 득경(得慶)하였다.”

조계종 전 종정이며 통도사 방장인 월하스님의 맏상좌인 홍법스님은 평생 근검절약과 제자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가르침으로 유명하다. 또 타인을 대할 때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감복시켰다. 도반뿐 아니라 절에서 일하는 종무원들이나 재가불자를 막론하고 언제나 존댓말을 사용했다. 때문에 스님을 만나본 ‘아랫사람’들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는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이성수 기자 (2003년 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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