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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운조 홍법스님
* 작성자 : 해강
* 조회수 : 3049
* 작성일 : 2012-08-06 오후 5:00:37 		홍법스님 연극.jpg
▲ 사진설명: 60~70년대 통도사 스님들은 마을주민들을 위해 연극공연을 하곤 했다.
공연복장을 하고 촬영한 모습.(사진 오른쪽이 홍법스님).

②홍법스님

통도사 강원에서 후학을 지도했던 스님은 평소 ‘겸손함’으로 학인들을 이끌었다.
20여 년간 학인을 가르쳤는데, 강사(講師)로 있던 것은 불과 1년이다.
20년 동안 줄곧 중강(中講)으로 지내며, 4학년에 해당하는 대교과는 강의를 하지 않았다.

“내 아직 대교반을 가르칠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겸손하게 자신을 하심했던 홍법스님이다. 때문에 4년간 오롯이 스님의 강의를 받은 후학들은 한 기수에 불과하다. 수행과 학문을 겸비한 대표적인 학승(學僧)으로 알려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을 비롯해 현문(통도사 주지)스님과 종렬(전 화엄사 주지)스님 등이 홍법스님에게 수업을 받은 후학들이다.

종범스님은 홍법스님의 전강제자이다. 제자들의 기억이다.
“새벽예불부터 잠자리에 들때까지 학인들과 똑같은 생활로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읍니다.
울력 때도 빠지지 않고 스님 먼저 나서니, 어찌 후학들이 모른척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홍법스님 기일에는 통도사 스님들뿐만 아니라 강원에서 공부한 제자들까지 빠짐없이 동참한다.

홍법스님은 통도사 주지 소임을 보기도 했다.
당시 스님의 법문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경전에 실린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법을 할 때면 많은 불자들이 귀를 세우고 들었을 만큼 명설법으로 유명했다.

홍법스님이 특히 강조했던 법문이다.
“칼날에 묻어있는 꿀을 탐하다가 혀를 베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물위에 떠도는 기름처럼 살지말고 서로 화합하면서 지내야 합니다.”
탐진치 삼독으로 ‘무장’된 요즘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스님의 말씀이다.


글 아낀 명필…낙관대신 목도장

철저한 하심 빛나는 ‘인욕보살’


통도사 스님들은 예로부터 명필(名筆)이 많았다.
홍법스님 역시 글씨가 좋기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스님은 그 흔한 낙관(落款) 하나 없었으며, 웬만해서는 글을 써주지 않았다.
“경전에 좋은 이야기가 다 들어있는데, 뭐 때문에 종이에 옮깁니까”라며 사양했다.
그러나 어쩌다 붓을 들어 글씨를 쓰게 될 경우에는 낙관 대신 목도장을 찍어주었다.
상좌 정우스님의 기억이다. “77년도엔가 은사스님을 졸라서 겨우 글씨를 받았어요.
스님은 그때 ‘전미개오(轉迷開悟) 전법도생(傳法度生)’이라고 써 주셨습니다.
낙관이 없으니 목도장을 꺼내더니 그것을 찍어주시는 겁니다.
아주 평범한 도장이지만, 저는 그 어떤 낙관보다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홍법스님은 해인사 지월(指月)스님과 함께 ‘인욕보살’로 불릴만큼 하심하고 인욕하는 수행자로 절집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고 존칭을 사용했다.
상좌들에게까지도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 하는 것을 극도로 아꼈다고 한다.
“홍법스님은 보살이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남을 아끼고 존중했다.

그런 까닭에 홍법스님을 좋아하는 대중들이 적지 않았다.
홍법스님이 투병생활에 있을때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하고 있던 경봉스님은
“통도사를 다 팔아서라도 홍법스님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홍법스님을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법스님의 은사인 월하스님도 맏상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다.
당신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홍법스님의 제사에는 반드시 참석한다.
홍법스님은 불과 49살의 젊은 나이에 입적해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통도사에 있는 비문에는 스님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주지 취임이후 3년간 재직하면서 백장선사의 일일부작(一日不昨)이면 일일불식(一日不食)의
선로일치(禪勞一致)사상을 본받아 방에 들면 정진하고 밖에 나가면 일을 했다.
혼자 있으면 마치 태산처럼 우뚝하고 사람을 대하면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
화상(和尙)은 이와 같이 입산이래 촌음을 아끼면서 혹은 학불장(學佛場)에서
교리를 연구하며 혹은 종단발전을 위해 몸을 돌보지 않았다”

이성수 기자 (2003년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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