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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安居)와 수행
* 작성자 : 이 보현
* 조회수 : 2324
* 작성일 : 2012-08-22 오전 10:52:11 		원영스님.jpg
{▲ 원영스님 - 조계종 교수아사리}


★ ★ ★ 안거(安居)와 수행 ★ ★★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이 여름에 선원에서는 하안거 정진이 한창이다. 3개월간 안거에 참여한 스님들은 하루 8시간 내지 10시간 이상 좌선을 계속한다. 덥건 춥건, 주말이건 휴일이건 상관없이 정진은 계속된다.


어디 그뿐인가. 별도의 수면시간을 갖지 않는 용맹정진기간이라도 되면 그야말로 초인적인 정신력이 아니고서야 견디기 어려운 극도의 훈련이 진행된다. 한국 선원은 가히 존경할만한 인내심의 현장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참선을 수행과 이퀄(equal) 개념으로 인식해 왔다. 간경(看經)이나 염불(念佛)보다 그 수행의 순위를 더 높은 곳에 두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부처님 당시에는 어땠을까? 경전을 보면, 부처님께서 발을 씻고 자리에 앉으셨다는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또한 승가 대중이 모두 모였다거나, 설법이 끝난 후 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하고 물러갔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으로 볼 때, 부처님의 설법시간은 대략 탁발공양을 마친 후로 추정된다. 또한 덕망 있는 제자들도 신도들을 위하여 법을 설했다. 그렇다면 설법이 끝난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보냈을까?


먼저, 안거 중에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승가 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우기(雨期)에 스님들이 돌아다녀 물벌레를 밟아죽게 한다는 비난 때문에 그렇게 됐다. 반면, 안거가 끝나고 나면 가고 싶은 곳, 정진하고 싶은 곳으로 다니면서 자유롭게 정진할 수 있다.


해제는 다음 결제 위한 준비기간


부처님가르침 전하고 실천해야


혼자 있는 시간에는 부처님께서 당부하신 고요한 마음집중에 몰두한다. 당시의 수행자들은 마음집중수련을 통해 번뇌가 일어나는 근본을 살피고,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기 위해 수행했다.


또한 스님들은 많은 법담(法談)을 나누었다. 부처님은 불필요하게 많은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셨으나, 그렇다고 해서 묵언을 선호하지도 않으셨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법에 대해서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소소한 일까지도 함께 수행하는 도반들과 견해를 나누었으며, 그러한 소통의 생활방식과 일관된 화합승가의 정신으로 불교를 발전시켜갔다. 그러므로 법담은 중요한 수행일과에 포함된다. 불교를 ‘대화의 종교’라고 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한편, 좌선을 할 때는 한적한 나무 아래에 앉아도 되고, 개인토굴에서 정진해도 좋다. 또한 마을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별도의 수행처, 아란야(aranna)에서 수행해도 괜찮다. 지금처럼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모든 대중이 큰 방 하나에 모여앉아서 정진을 해야만 하는 규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마도 이것은 한국 고유의 온돌문화가 만들어낸 방식일지도 모른다. 된장찌개 하나를 식탁 중앙에 놓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식구들 모두가 숟가락을 대서 떠먹는 한국식 문화 말이다. 각자 행동하는 개별문화보다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문화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지금의 사찰시스템을 갖추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죽하면 사찰을 ‘절집’이라고 했겠는가. 어쨌거나 한국고유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 조화롭게 형성된 이러한 절집생활구조는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떠나 혼자 정진하면 나태해질 수 있는 상황을 잘 극복해준다.


인도승가의 출가수행이라고 하면, 탁발에서부터 다양한 설법, 마음집중훈련, 법담 등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율장암송회인 ‘포살’과 반성모임인 ‘자자’, 대중공의를 모으는 수많은 ‘갈마’까지, 스님들은 안거 사이사이 모든 행사에 참석하며 일상수행을 차분하게 진행해갔다. 안거형태만 놓고 보면 오히려 지금이 더 엄격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더 훌륭하다는 말은 아니다. 안거 이후 스님들의 행보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안거가 끝나도 수행이 지속되었다. 대중이 함께 모여 산다는 것 말고는 안거나 해제나 일상수행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해제와 동시에 수행 또한 방학에 들어간다. 산철결제가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동안거나 되어야 수행도 개학처럼 분주이다.


해제는 노는 방학이 아니라, 몸을 추스르고 옷을 마련하는 등 다음 안거를 위한 준비기간이며, 부처님의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전하고 몸소 실천하는 시간이다. 설령 방학이라고 생각해도 스님들이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불교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것만은 분명하다.


[불교신문 2841호- 8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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