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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찾는 것이 ‘진정한 불사’ -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
* 작성자 : 이보현
* 조회수 : 2605
* 작성일 : 2012-09-08 오후 12:06:51 		지안스님.jpg


▲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

지안스님이 서울 불광사의 8월 정기법회가 열린
지난 8월26일 불광사 법당에서 800여명에게 법문하고 있다.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찾는 것이 ‘진정한 불사’


우리 불자들이 지혜 복덕을 성취하기 위해 부처님께 귀의하여 신행을 닦아 나가는 것이 불교적 생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심을 키우면서 꾸준히 신행을 닦아나가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불자들의 바른 생활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여러 경전들을 통해서 수없이 많이 설해져 있습니다.

흔히 ‘팔만대장경’이라 하는 불교의 경전은 세계의 유수한 종교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의 경전을 갖고 있습니다.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은 경판 수가 8만1258매나 됩니다. 이렇게 많은 경전의 가르침을 세 가지 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과법이고, 둘째는 인연법이고, 셋째는 일심법입니다. 우선 교리적으로 말할 때 먼저 인과법을 믿어야 불교가 시작 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우리 속담의 말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은 원인에 의하여 결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인과의 이치를 바로 알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인과법으로써 살펴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불교신행의 기본 정신인 것입니다.

최근 TV뉴스에 ‘묻지마 살인’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해치는 끔직한 범죄를 ‘묻지마 범죄’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원인과 결과를 묻지 않고 이유 없는 범죄가 벌어진다는 의미로 그런 용어가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은 부처가 될 사람’이라며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한 ‘상불경보살’과 같은 마음이

세상을 구제하는 마음입니다

이 말 속에는 인과법을 무시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범죄율이 높아지고 인간심성이 피폐해지는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새로운 가치의식을 일깨워야 합니다. 대승불교는 과거 기존불교를 새롭게 하여 해탈주의에서 구세주의로 방향을 새롭게 선회한 불교입니다.

원래 불교는 사성제 교리를 바탕으로 고통을 여의는 해탈사상, 곧 번뇌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해탈주의였습니다. 이는 번뇌만 벗어나면 된다는 해탈지상주의를 낳았고, 따라서 자리적이고, 독선적인 수행가풍에 안주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대승불교가 일어나고부터 새로운 수행자 상인 보살이 등장하면서 구세주의 불교가 됩니다. 구세주의란 쉽게 말해 수행정신에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원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봉사를 하면서 불우한 사람과 이웃에게 온정과 은혜를 베풀며 도와주는 것이 구세주의의 구원사상입니다. 대승경전의 대표적인 경인 (화엄경)이나 (법화경)은 구세주의 실천사상의 중심이 되는 경전입니다.

인과법에 이어 불교는 인연법이 있습니다. 이 인연법이 불교교리의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연기법이 바로 인연법입니다. 인연법은 이 세상 보든 일이 인연소치라는 것으로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조건에 맞물려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이치를 설명합니다. 중생세계의 모든 환경이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때와 장소의 근원적인 개념이 마치 모직물인 천이 짜여 지듯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인연이 나타납니다.

부처님은 법을 보고 살라고 가르쳤습니다. “나를 보는 자는 법을 보는 것이고 법을 보는 자는 나를 보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법이 바로 연기법 곧 인연법입니다. 옛날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베틀에서 베를 짜는 것처럼 시공이 교직되면서 중생세계의 인연이 자꾸 만들어져 나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타일렀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그대여, 인연법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잘 생각하고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가라.”

인연법을 생각한다는 말을 과일나무를 예를 들어 봅시다. 생각해 보면 감나무나 배나무 자체의 힘만으로는 감이나 배가 열리지 못합니다. 각각의 과일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나무가 살아야 합니다. 먼저 땅속에 심어져 수분을 흡수해야 되고 공기나 햇빛도 필요합니다.

물론 나무를 심은 사람의 노력과 관리한 사람의 노력도 각 나무의 과일을 열게 한 것이 됩니다. 나무라는 개체적 단수(單數)가 아닌 복수(複數)의 인연으로 과일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우리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체를 중생(衆生)이라 합니다. 물론 죽은 사람도 중생입니다. 이 중생이라는 말은 범어 사트바(sattva)를 구마라집이 번역한 말인데 한역된 중생이라는 말의 뜻풀이를 하면 많은 인연에 의해 태어났다는 뜻과, 여러 생을 윤회하는 다생의 의미와, 여럿이 어울려 살게 되어 있다는 세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곧 중생은 인연 속에 존재하는 존재며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서 살고 있는 존재입니다. 이를 삼세의 인연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삼세가 인연실상 속에서는 동시입니다. 오늘을 산다는 것은 어제를 동시에 사는 것이고 또한 내일을 동시에 사는 것입니다.

화엄사상을 요약한 의상스님의 법성게에는 ‘일념즉시무량겁’이란 말이 있지만 가장 짧은 시간의 단위인 찰나가 영원한 시간 곧 겁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불교를 배우는 것은 이 인연법을 배워서 깨달기 위한 것입니다. 연기법은 언제가 깨달아야 하는 영원한 진리입니다.

또 하나 더 불교를 설명하는 말에 일심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승불교에서는 곧잘 부처의 정체를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곧 부처다’라는 말은 (화엄경)이나 (법화경) 등에서 뿐만 아니라 선(禪)에서도 자주 하는 말입니다. 불교의 근본 주제가 마음입니다.

(법구경)에서도 ‘마음이 만법의 근본’이라 하였고, 마음에서 부처를 찾는다는 말은 선에서도 강조합니다. 마음 밝히는 수행법은 마음 잘 쓰는 것으로, 탐.진.치 삼독을 극복하여 마음을 밝게 써서 윤리.도덕적으로 악업을 짓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불교의 공부가 많이 될수록 마음이 밝아지는 결과가 나타나야 합니다. 번뇌의 근본이 되는 욕심과 화 그리고 어리석음은 마음의 빛을 차단하는 요소입니다. 빛이 차단되면 그늘이 지고 어둠이 생깁니다.

삼신불을 설명할 때 나오는 법신불인 비로자나는 끝없는 광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이 광명은 바로 마음의 빛이고, 생활 속에서 지혜의 빛이 되고 자비의 빛이 되는 것이라서 심광(心光)에는 원망과 증오 따위가 있을 수 없습니다.

불교는 최악의 절망 상태에서도 최대 희망을 찾아내는 종교

진정한 ‘自利’는 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이타심에서 이루어지는 것

불자들은 자신의 신행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야

불교를 신행하는 분들은 때때로 자신의 신행이 어느 정도인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점검은 내 마음이 얼마나 밝은 상태가 되었나 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마음이 밝은가 어두운가 하는 것이 자기 신행과 공부의 척도가 되는 것입니다. 밝은 마음이 되면 그만큼 번뇌와 열등의식의 장애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불교는 사람의 인격이 본래 평등하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절대평등의 인격인 불격(佛格)을 갖고 있다 합니다. 누구나 자기 정체에 대하여 부처라는 존재의식을 똑같이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따로 없고, 모두가 동격의 부처로서의 자기 정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니까, 이점에서 세상의 평등과 평화와 자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우리 마음은 시공을 장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음 씀에 따라서 시간이 길어지고 짧아지고 그리고 공간이 넓어지고 좁아지는 것입니다. 산위에 올라가 아래를 눈앞에 펼쳐지는 넓은 시야가 내 눈 속의 작은 눈동자에 들어오듯이 우주의 무한한 공간도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만큼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이 일심법의 이치이고, 일심법 이치를 깨닫는 것이 불교이며, 그 가르침은 본래 뜻이 ‘부처가 되라’는 것입니다.

불교는 인과법을 알고 인연법을 알고 일심법을 알아 그 결과로 내 인생과 이 세상에 대해 바로 아는 것으로, 이렇게 해서 심성이 맑아지고 삶의 의미가 새로워지는 것이 복덕과 지혜의 성취입니다.

이 시대의 불교는 구세주의의 정신을 더욱 발휘해야 합니다. 인과법과 인연법, 일심법을 알아서 마음속에서 순수한 인간애가 우러나오면 자비무적(慈悲無敵)이 따로 없습니다. 미워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렇습니다.

(법화경)에 보면 부처님이 한 때 교단에 반역을 일으키면서 부처님을 시해하려 했던 데바닷타를 “과거생에 자신을 가르친 스승이었다”하면서 수기(授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이를 이해 못한 비구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상불경보살은 남으로부터 멸시와 업신여김을 당해 가면서도 항상 남을 존경합니다. 그는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이렇게 인사를 합니다.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은 부처가 될 사람입니다.”

데바닷타에게 수기를 준 부처님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면서 인사를 한 상불경보살과 같은 마음이 세상을 구제하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정신을 배우는 것이 불교입니다. 최악의 절망 상태에서도 최대의 희망을 찾아내는 것이 불교입니다.

불교의 대사회적인 활동이 활성화 되려면 구세주의 정신이 불자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나야 합니다.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진정한 자리(自利)는 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이타심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보현보살과 같은 행원을 배워 이 시대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진정한 불사가 되는 것입니다.

[불교신문 2846호- 9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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